H-스토리

현대코퍼, 업계 유일무이 신사업 ‘로보틱스’

JUL 24, 2023


– 유망 스타트업 발굴·투자로 사업 추진

현대코퍼레이션은 다른 한·일 종합상사들이 그랬듯 꾸준히 사업 다각화를 모색해왔다. 2021년에 전기차 부품과 친환경 소재 사업을 목적 사업에 추가했다. 이는 일본 자동차 부품 기업과 인도네시아에 합작 공장을 짓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2년에는 이차전지와 태양광 패널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낙점했다.

여기까지는 다른 종합상사들과 큰 차이가 없다. 올해는 상사업계에서 보기 어려운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로봇’ 사업이다.

지난 11일, 스타트업 12곳의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현대코퍼레이션 본사를 찾았다. 로보틱스, 폐플라스틱·폐전지 재활용 등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이들은 현대코퍼레이션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 추진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지원한 스타트업들로 이날 면접을 봤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이 중 4~5개 기업을 추리기 위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오픈이노베이션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로보틱스와 재활용은 지난 1년 사이에 점 찍은 미래 먹거리들이다.

로봇의 경우 올해 초 회사 정관 목적 사업에 ‘산업·물류용 등 로보틱스 제조, 판매 및 관련 부품사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과 일본 종합상사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신사업이다. 로봇은 정몽혁 회장이 수년 전부터 큰 관심을 보인 분야다. 실제로 현대코퍼레이션은 로봇 산업 현황과 전망 등을 주제로 사내 강연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막 발을 뗀 사업인 만큼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수익모델은 없다. 우선 현대코퍼레이션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전략을 택했다. 제조 인력이나 기술, 설비 등이 없는 종합상사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이번 오픈이노베이션에서 원하는 로봇 스타트업은 제조나 서비스, 물류용 로봇 기술을 보유했거나 이와 관련한 부품 기술을 가진 곳이다. 로봇을 제어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회사도 선호한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찾는 로보틱스 스타트업
분 야 세부 사업 및 기술
로봇부품 제조용, 전문서비스용, 물류용 로봇에 적용 가능한 부품기술
특수 환경에 적용 가능한 로봇 부품 기술
서비스용 및 물류용 로봇 생활, 교육, 농축, 수상, 건설 등에 적용 가은한 로봇 기술
인공지능 로봇 제어에 적용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

 

현대코퍼레이션은 선정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룹 내 CVC인 ‘프롤로그벤처스’를 통해 지분 투자를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프롤로그벤처스는 현대코퍼레이션과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자본금 110억원을 출자해 만든 CVC다. 성장 가능성에 따라 해당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인수합병(M&A)까지 염두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자동차 부품 기업인 신기인터모빌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인수를 포기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이번에 선정된 기업에 무역과 트레이딩 사업서 확보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지원사격 할 계획이다. 글로벌 40여개 법인과 지사 네트워크를 통해 수출입 판로를 열어주는 식이다. 실제로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차세대 바이오틱스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 ‘베름’에 5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법인이 유럽 약국 유통 기업 비타메드와 수출 계약을 맺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상품과 기술은 있지만 판로 개척 등 해외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강소기업을 발굴하는 식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굵직한 M&A 대신 스타트업 등에 소규모로 투자하는 건 정 회장의 의중이다. 그가 추구하는 사업 전략은 작지만 확실한 성과다. ‘탈상사’라는 목표를 향해 가면서 체격을 조금씩 불리다가 규모가 큰 사업에 도전한다는 복안이다.

이같은 전략은 사업 추진 속도는 느리지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로봇 사업도 당분간 오픈이노베이션에서 발굴한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방식으로만 추진될 전망이다.

 

2023년 7월 24일 더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