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스토리

유력 신사업 ‘리사이클ᆞ로보틱스’ 부상

AUG 4, 2025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합작법인 설립…로봇기업 협업·투자 검토

 

트레이딩 기업 현대코퍼레이션이 오랜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자동차 부품사 ‘시그마’ 인수와 함께 제조업 진입이라는 구조적 전환은 시작됐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이 모든 게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상사의 경계를 넘으려는 현대코퍼레이션이 설계한 미래를 들여다본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친환경·첨단 제조업 중심의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 신사업 후보군으로 폐자원 리사이클링 분야를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는 독일 태양광 패널 재활용 스타트업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ESG 신사업을 구체화했다.

로보틱스 사업도 새롭게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지목된다. 최근 인수한 자동차 부품사 시그마가 협동로봇 핵심 부품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관련 기업을 추가로 인수해 해당 사업 분야로 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는 평가다.

 

■ 태양광 폐패널 시장 겨냥…태양광 재활용 기업과 JV 설립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 4월 독일 태양광 재활용 기업 플랙스레스와 합작법인 ‘현대리어스’를 설립했다. 사명은 되돌리다는 의미의 ‘리’와 지구를 가리키는 ‘어스’를 붙여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활용 회사라는 정체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플랙스레스는 태양광 패널 재활용 전문 스타트업이다. 유리, 실리콘, 금속 등을 화학물질 없이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지난해 현대코퍼레이션은 플랙스레스의 일부 지분을 사들였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약 85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가 이뤄졌다.

2022년 3월 현대코퍼레이션은 정관상 사업목적에 ‘폐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리사이클링 사업 및 관련 사업’을 추가한 뒤 해당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같은해 5월 폐패각·슬러지 재활용 전문기업 ‘KC홀딩스’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친환경 리사이클링 시장에 진입했다.

이듬해 2023년 12월에는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 재활용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리코’에 3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리코는 인도네시아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현대코퍼레이션은 향후 사업 확대 시 유관부서 조직을 활용해 재활용 관련 사업 진출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코퍼레이션 사업목적 변경 내용

구분 변경일 사업목적
변경 전 내용
추가 2021년 03월 24일 88)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제조와 판매업
89) 전기차 부품 제조 및 판매업
90) 친환경 소재 및 복합소재 제조·판매업
91) 수소 등 에너지 인프라 구축 및 관련 사업
추가 2022년 03월 30일 92) 폐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리사이클 사업 및 관련 사업
93) 신기술사업회사 및 벤처캐피탈 등에 대한 투자 및 관련사업
추가 2023년 03월 29일 94) 산업, 물류용 등 로보틱스 제조, 판매 및 관련 부품사업

 

올해 지분 투자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합작법인을 세운 것이 현대리어스다. 현대코퍼레이션은 플랙스레스의 태양광 패널 재활용 기술을 활용해 일본, 호주, 미국 등으로 태양광 폐패널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코퍼레이션이 다양한 영역의 신사업을 물색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ESG 분야는 특히 정부 규제와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해 전략적 가치가 높다”며 “투자 성과가 입증되면 단순 투자에서 인수까지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자동차 부품에서 로보틱스로…시그마, 협동로봇 핵심부품 기술 보유

산업·물류용 로보틱스 분야도 현대코퍼레이션의 신사업 고려 대상 우선 순위 중 하나다. 기존 트레이딩 및 제조 기반 사업과는 직접 연관성은 없지만 고성장이 예상되는 로보틱스 산업에 선제적으로 진입해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국내 유망 로봇 개발·제조사 및 유통업체들과 협업 투자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유관 영업부서 중심으로 시장 현황과 투자 대상 기업을 물색하며 북미·유럽 등 해외 공동사업 추진 가능성도 함께 타진하고 있다고 2024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비교적 최근인 2023년 ‘산업·물류용 로보틱스 제조·판매 및 관련 부품 사업’이 정관상 사업목적에 새로 추가됐다. 자동차 부품 제조에 진출한 이후 연관 산업 확장의 일환으로 로보틱스 분야를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부품은 로보틱스 부품과 기술적으로 맞닿아 있다.

 

자동차 부품사 시그마 인수도 로보틱스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그마는 협동로봇 시장을 겨냥한 핵심 부품 및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리퍼’가 있다. 로봇의 손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협동로봇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시그마는 이미 국내 최초로 회전 기능을 갖춘 3손가락 구조 로봇 그리퍼에 대해 특허를 등록했다고 밝혔다. 회전형 그리퍼는 다양한 작업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고급 기술로 분류된다. 현재는 손가락 4개 구조의 4Fingers 그리퍼에 대해서도 특허를 출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새로운 M&A가 진행된다면 그 대상은 시그마와 같은 자동차 부품 회사일 수도 있고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의 사업을 하는 기업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25년 8월 4일 더벨